세계적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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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기사입력 2007-05-30 20:30
|최종수정2007-05-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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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백성호] 미국에선 매년 1월 '가장 영향력이 큰 크리스천 리더 50인'(처치 리포트 조사)을 발표한다. 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60.드루 신학대 석좌교수) 박사는 올해 8위에 올랐다. 10위권 안에서 신학자는 그가 유일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1위, 한국에서도 유명한 릭 워렌 목사가 16위였다. 1위는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의 저자인 조엘 오스틴 목사가 차지했다.

지난주 방한한 스윗 박사를 23일 그의 숙소에서 만났다. "올해 8위에 올랐네요"라고 인사하자 그는 "단순한 수치일 뿐이다. 일종의 인기 투표라고 생각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처치 리포트'(미국 기독교 월간지)의 순위는 20만 명이 넘는 미국 기독교인이 참여해 결정된다. 신뢰성이 높은 투표 결과다.

당신은 기독교 미래학자로 불린다. '미래'를 말하기 전에 '현재'를 말한다면.

"나는 종종 교회와 스타벅스를 비교한다. '스타벅스에 따른 가스펠(Gospel according to Starbucks)'이란 책까지 썼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에 대한 '경험'을 파는 곳이다. 자세히 보라. 스타벅스에는 참여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걸 골라서, 원하는 블렌딩을 한다. '내 커피'를 고르는 것이다. 소비자는 수동적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럼 교회는 어떤가.

"지금껏 교회는 너무 지도자 중심적이고, 신도들은 너무 수동적이었다. 이제 교회의 주도권을 평신도와 세상에 돌려줘야 한다. 이제 교회가 '우리의 문화 속으로 들어오라'고 하던 패러다임은 끝나야 한다. 앞으로는 세상이 바라는 모습으로,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으로 교회가 변해야 한다."

어떻게 변해야 하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미래란 성경에 나타난 교회 본래의 모습(Original Operating System)을 말한다.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말하지만, 젊은이들은 갈수록 종교에 흥미를 잃지 않나.

"그렇지 않다. 교회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이지, 예수님이나 성경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이 아니다. 교회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불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바이러스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교회 자체가 문제이지, 예수님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든다면.

"내게 열여섯 살 된 아들이 있다. 그 아이가 입고다니는 티셔츠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더라. '주여, 제발 당신을 따르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저를 구원해 주세요. (Please, Jesus save me from some of your followers)' 그게 젊은이들의 정서다."

그럼 어디에서 간격이 벌어졌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왕국(God's kingdom)이 온다'고 했다. '하나님의 왕국=하나님의 꿈'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꿈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길 바랐다. 그런데 교회는 '하나님의 꿈'을 '우리의 꿈, 혹은 나의 꿈'으로 바꾸어 버렸다. 성지를 빼앗고자 숱한 피를 흘렸던 십자군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하나님의 성지, 하나님의 영토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바로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꿈'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

"예수님은 '나의 가르침을 따르라(Follow my teaching)'고 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따르라(Follow me)'고 했다. 예수님은 '가르침'을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주러 온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원리와 원칙, 주장과 교리에 집착하면서부터 예수님 말씀에서 멀어진 것이다."

다시 가까워질 수 있나.

"있다. 하나님께선 인간에게 동.서양적인 마인드를 함께 주셨다. 그러나 서양에선 예수님 말씀을 쪼개고, 나누고, 분석하고, 해체했다. 늘 이원론적인 방법으로만 접근했다. 선과 악, 밝음과 어둠, 높음과 낮음으로 나누었다. 이런 서구적인 방식을 통해선 한계가 명백하다. 동양적인 마인드가 열쇠다."

동양적인 마인드란 뭔가.

"동양적인 마인드는 원형적이다. 시작과 끝이 하나다. 예수님은 늘 동.서양적 마인드를 함께 던졌다. '나는 가장 큰 자요, 또 가장 작은 자다' '나는 평화를 주러 왔고, 동시에 칼을 주러 왔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라'고 했다. 예수님 말씀은 철저히 반(反)이원론적이다. 그 반이원론적인 정서와 토양이 바로 동양에 있다."

서구의 설교는 그렇지 않나.

"그렇지 않다. 예수님이 말씀하실 때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이해를 못 했다. 요즘에 예수님처럼 설교하는 이가 있다면 설교학 강의에서 'F학점'을 받을 것이다."

스윗 박사는 '새'를 예로 들었다. "우리 딸아이는 숲 교실에서 새를 봤다. 날아가는 새를 따라가고, 우는 소리를 듣고, 자연의 서식처에서 살아 움직이는 새를 봤다. 그런데 실험실의 생물학자가 보는 새는 다르다. 죽은 새를 올려놓고 생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해부한다. 과연 둘 중 누가 '새'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죽어있는 새보다 살아있는 새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는 '건전지' 얘기도 덧붙였다. "건전지에는 음극과 양극이 있다. 둘이 만나야만 에너지가 생긴다. 떨어지면 아무런 힘도 못 낸다. 음과 양, 이런 식의 사고는 서구적인 사고가 아니다. 서구에선 참과 거짓 등 늘 상반된 사고가 있었고, 둘 중 하나를 가려내야 했다."

그럼 동양은 문제가 없는 건가.

"그렇지 않다. 기독교 역사는 오랫동안 서구가 주도했다. 그리고 동양은 서구 교회를 받아들였다. 동양의 교회도 서구 교회를 닮고 있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동양도 동양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예수님을 믿는다'란 말을 자주 한다. 그럼 '믿는다'의 의미는 뭔가.

"'믿음'의 원어는 그리스어로 '피스티스(pistis)'다. '신뢰'란 뜻이다. 그건 철저히 '관계적'인 의미다. 그런데 많은 교회가 그걸 믿어야 하는 신앙의 원리로 바꾸어 버렸다. 사람들은 기독교 '교리'만 믿으면서 '믿는 사람(신자)'이라고 말한다. 지적(知的)으로 아는 것은 믿는 것이 아니다. '예수를 믿는다' 할 때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뢰하고, 그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관계를 맺는다'란 무슨 뜻인가.

"예수님을 아는 것이다. 이건 남편이 아내를 아는 것과 같은 의미다. 두 사람이 가지는 가장 긴밀한 관계를 안다는 것이다. 히브리어에 '야다(yada)'란 말이 있다. 부부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서로 알 때 쓰는 말이다. 바로 이처럼 예수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게 신앙이다. 그럴 때 '믿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예수님을 찾아야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나.

"물론이다. 예수님은 오늘도 살아 계시다. 우리 안에서, 우릴 통해서 살고 계시다. '내가 거기에 있었는데 예수님은 안 나타났다'고 말하는 건 오만한 얘기다. 내가 어딜 가기 전에 예수님은 가 계시고, 내가 누굴 만나기 전에 예수님은 그 안에서 이미 살고 계시다. 중요한 건 예수님이 살고 있는 걸 발견하는 것이지, 내 생각 속으로 예수님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다."

관계의 단절은 어디서 시작됐나.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에게 하나님이 물었다. '어디에 있느냐'. 아담과 이브는 '우리는 숨어 있습니다'라고 했다. 인간과 하나님의 단절, 그게 첫 번째 단절이다. 또 우리 자신과의 단절, 그게 두 번째 단절이다. '선악과는 왜 먹었느냐' '이브가 시켰습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단절, 그게 세 번째 단절이다. '이브야, 왜 먹었느냐' '뱀이 시켰습니다.' 이게 네 번째 단절이다. 인간과 창조물과의 단절, 즉 자연과의 단절이다. 이 4가지 단절을 회복시키려고 예수님께서 오신 것이다."

당신은 종교와 과학을 함께 말한다.

"물론이다. 양자역학이나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한 마디가 뭔가. 바로 '관계(Relationship)'다. 하나님도 그렇게 존재한다. 관계적으로 존재한다."

백성호 기자

◆ 레너드 스윗 박사=교회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다. 미국 뉴저지주 드루 신학대의 부총장을 지냈다. '소울 츠나미' '아쿠아 처치' '소울 살사' 등 30여 권을 책을 냈다. 특히 '소울 츠나미'는 미국에서 50만 부가 팔렸다. 100개가 넘는 논문, 600여 개의 설교문도 출판했다. "미국에서 레너드 스윗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교회 지도자를 상상할 수 없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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